드라마 추적자를 보고 나서.


드라마 추적자를 완결 하였습니다. 처음 볼 때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빈약한 설정과 연출 때문에 보다가도 질려서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기자도 촬영 직전에 받아본다는 쪽대본, 무리한 배역으로 넘치는 어색함, 어딘가 모르게 수준 낮아보이는 조명과 연출, 이런 것들이 이유였습니다.

추적자 역시 그다지 기존의 것들과 다를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6화까지 마무리짓고 이렇게 글을 쓰게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바로 현실 세계를 힘있게 투영하는 스토리와 주요 인물들의 놀라운 연기력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저는 매 주마다 행복한 기다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혹은 알 방법조차 없는 숨겨진 진실, 재벌 총수와 대통령 후보의 결탁과 반목, 그리고 가리워진 치부. 그 누구도 미처 그려내지 못할 정도로 대담하고 강렬한 필체는 보는 내내 놀라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진부한 내용이 될 수 있는 아버지의 복수와 어렵게 느껴지기만 하는 정치와 제계의 모습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이해하기 쉽고 공감 할 수 있는 언어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최고의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기업의 총수 역할을 맡은 박근형은 겉보기엔 후덕한 인상의 동네 할아버지이지만, 속으로는 매우 빠른 실리 계산을 하고 한번 결정을 내리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을 놀랍도록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보는 내내 그의 그윽한 미소를 보면서 동시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또 한명의 히로인인 김상중입니다. 그는 절제된 표정과 함께 언제나 한결같은 목소리 톤으로 연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실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매우 잘 소화해냈습니다. 한회에도 수십번의 감정 교차가 일어나는 배역을 같은 표정, 같은 목소리로 연기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딸과 아내를 잃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손현주는 이것에 대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바로 '우는 아버지'의 이정표입니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노를 억누르며 마지막까지 냉철하게 목표를 달성한 후 영혼의 모습으로 다가온 딸에게 보이는 기쁨의 눈물. 바로 그 것이 진정 아버지의 눈물이 아닐까요?

추적자는 사실 기술적인 영역에서는 기존의 드라마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화면 구성은 전체적인 색감 배합이나 적절한 조명 없이 평범하였고, 연출도 극의 흐름을 끊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그러한 것들로 폄하 되지 않을 특별함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 '추적자'는 오래도록 제 기억속에 남아 가까운 미래에 제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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